사후세계




1.
이진사는 모든 것을 하늘에 맡기기로 하였다.
살아생전 모든 것을 비우는 연습을 무던히도 한 탓에 마음을 먹자마자 모든 것이 쉽게 잊혀져 가고 다시 마음이 가벼워져 갔다.


2.
지금 그것마저도 비워야 할 것이라는 생각이 들었다. 이러한 모든 것들을 비우는 데까지 비워 보자. 어디까지 비워야 모두 비웠다고 할 수 있을 것인가? 새로이 보는 모든 것들에 대해서도 비워보자. 비우는 데까지 비우다 보면 비움의 끝이 나오는 것 아니겠는가?

이렇게 생각하면 할수록 이진사가 떠올라 가는 속도가 빨라졌다. 처음에는 서서히 올라가는 듯 아닌 듯 떠올라갔으나 마음의 무게가 가벼워지면서 바람이 느껴질 정도로 속도가 더해지는 것이었다.


- {소설 선} , 이진사가 사후 하늘로 올라가는 장면  中