공부란 空으로 채워


원래 공부란 공(空)을 채워 나가는 것이다. 욕(慾)으로 채워서 흘러 넘치는 것이 공부가 아니라, 허(虛)로 채워서 흘러 넘쳐야 하는 것이다. 공부하는 사람의 그릇은 크고 넓고 깊어서 어느 것으로도 다 채우지 못하게 되어 있는 것은, 나머지 부분을 공부로 채우라는 하늘의 뜻인 것이니 어찌 다른 것으로 채울 수 있겠느냐?

공은 비어도 빈 것이 아니오, 채워도 찬 것이 아니니 비어 있으면서도 차 있는 것, 그것이 바로 공이자, 0이자, 우주인 것이다. 공부가 많이 될 재목일수록 빈 부분이 많이 공이 들어갈 곳이 있으나, 공부가 안될 재목일수록 비어 있는 부분이 없어 공부가 들어갈 자리가 없느니라.

마음을 비운다 함은 비움으로 채운다는 뜻이며, 이 비움은 곧 공부이니 공부로 채운다는 뜻이기도 한 것이니라. 공부에서 두각을 나타내는 사람일수록 비어있는 부분이 많다.

우주는 채우지 못하는 것이 없다. 채워도 채워진 것을 느끼지 못하는 것은 다른 것으로 채워지길 기대함에 이유가 있는 바, 우주로 채워야 할 부분은 결코 다른 것으로는 보충이 불가하니라.

우주는 만능이나 인간이 만능이라고 생각할 때 만능인 것이다. 우주를 느끼지 못하고 원하지 않는 상태에서는 있어도 없는 것이요, 그 상태에서는 언제나 비어 있는 것 같을 것이다. 우주는 ‘ᄒᆞᆫ’이요, ‘공(空)’이요, ‘0(제로)’이니 비어 있으면서도 없는 것이 없는 것이다.

인간의 힘으로 우주를 느낄 수 있는 방법은 호흡밖에 없다. 호흡만이 우주를 느끼고 내 것으로 만들어 동화시킬 수 있는 유일한 방법이니라. 공은 그 자체가 완성의 모습이다. 모든 것은 가득 차면 빈 것과 동일한 것이니 달이 차고 기우는 것 역시 하나이지 둘은 아닌 까닭이다.

천지 만물이 모두 공에서 나고 공으로 돌아가니 공으로 채우면 만물이 곧 내 것이 될 것이니, 공부로 채우면 모든 것이 다 내 것이 될 것이니라. 힘내도록 하여라. 힘든 고비는 멀지 않았느니라.


@ {본성과의 만남} 中